증권사 리포트&코멘트 · eugene2team ↗ · 2026-01-12 14:33
신약개발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실제 신약개발 중인 과학자의 글을 공유합니다.
(오스코텍 윤태영 대표님 페이스북)
몇 일 지나긴 했지만.. Oscotec Investor Day 행사 후 단상:
지난 봄 제노스코 상장이 여러가지 이유로 불발한 후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놓고 여러 옵션들을 모색하다가, 결국 합병(기술적으로는 100퍼 자회사)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지난 해 가을부터 “그렇다면 어떻게?”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실 2020년 이전부터 5년 넘게 제노스코의 상장을 전제로 서로 다른 비전을 가지고 상호 독립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해온 두 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한 몸이 된다는 것은 외부인이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다행히도 양 사의 단기 파이프라인이 ‘섬유화‘라는 공통점이 있고 각사가 추진하는 중장기 핵심기술, 즉 제노스코의 테크놀로지 기반 기술 (DAC, Degrader Antibody Conjugate)과 오스코텍의 사이언스 기반 기술 (ACART, Anti-Cancer Anti-Resistance Therapy)이 상호보완적일 수 있어, 아직은 선언적 의미일지언정 그런대로 큰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 수 있었고 그 그림을 이번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공개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문제는 실행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통일된 리더십을 짜고 역할을 분담하여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갈 것인지, 또 향후 양사의 파이프라인이 어떻게 한 방향성을 가지면서도 서로를 보완하여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지 등의 수많은 어려운 숙제들이 남아있다. 우선은 쉬운 매듭부터 하나 하나 풀어가야겠지. But, who cares? 사실은 더 큰 불확실성이 당장 코앞에 있는데, 주주든 투자자든 외부인이 이런 detail이나 execution에 관심이나 있을까.
이번 인베스터 데이 준비과정에서도, 그리고 심지어 행사 당일 날에도 반복되는 ‘일부’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실제로 안에서 R&D를 짊어진 사람들과 바깥에서 그 성과만을 돈으로 환산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거대한 시각 차이를 재확인하면서, 그게 언제나, 얼만큼이나 좁혀질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기나 할까 하는 회의가 든다. 전 직장을 떠나 (요건 나중에 따로 회고) 바이오텍으로 옮긴 이유 중의 하나가, 글로벌 신약 개발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을 ‘설득‘해가며 연구개발을 해야한다는 점이었는데, 알고보면 어디를 가도 결국은 마찬가지로구나. 이 사회가 아직 그런 사회인 것을, 이 수준이 아직 그 수준인 것을.
왜, 어떠한 ’설득‘인가? 신약 연구개발 과정에서 내려야 하는 모든 중요한 결정들은 사이언스와 데이터에 근거한 것일 뿐 아니라 모든 결정에는 기회와 리스크가 함께 한다. 따라서 윗사람, 혹은 투자자 등 stakeholder에게 ‘어느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그러한 결정의 본질적인 근거를 정상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는 유일한 길은.. 뭔가 그들이 이해할 수 있고 또 혹할만한, 때로는 허황되기까지 한 장미빛 가능성(주로 숫자와 $$$)을 제시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미국 바이오 회사의 IR 자료를 보면 unmet needs와 science, 그리고 data로 채워져있는 데에 반해 국내 회사들의 IR은 시장크기와 돈과 분홍빛 약속이 메이저 포인트인게지. 뭐..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고 우리도 그런 식으로 IR을 준비할 밖에.
회사는 자사 기술자산의 과학적, 임상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사업적 가능성과 상업적 가치는 시장에서 판단해야하는 게 아닐까? 그걸 가이드하는 게 기관과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아닌가? 회사가 직접 나서서 제 입으로 몇 십 조 시장을 운운하고 책임질 수 없는 몇 조 가치 기술이전 몇 개를 약속하고 언론은 그걸 또 머릿기사로 올려 독자를 현혹하는 현실.. 정상이 아니다.
이 업계에서 직접적인 신약 연구자 (“Drug Hunter”)와 그 주변의 이해당사자 (주주 등) 모두의 공통의 목표는 이른 바 ‘글로벌 신약‘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해당사자’에게 ‘글로벌 신약’이리는 것은 그저 $$$를 의미할 뿐 연구자의 의지와 도전과 노력은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아무 의미없는 ‘매몰비용’일 뿐이다. 사실 나는 연구원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한다. 우리가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는 일의 95% 이상은 다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그.러.나. 그 95%의 쓸데없는 일이 없이는 5%의 성과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연구라는 것은 모르기 때문에 하는 것이고 그 성패는 임상2상, 3상에 이르기 전에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우리는 성공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는 것이고 연구를 통해 그 가능성을 증명하여 이를 기술이전이라는 이름으로 판다. 매몰비용이 무서워 연구를 포기한다는 것은 신약을 포기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회사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5년 전, ADEL-Y01이 글로벌제약사에 L/O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투자를 결정했다면 거짓말이지.
덧붙이자면, 스케일이다. 글로벌 신약에 도전한다면서, 글로벌 회사에 L/O할 것을 요구하면서, 실제 연구의 질적 양적 규모가 과연 글로벌 경쟁에 맞는 수준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드론과 미사일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달랑 소총만 쥐어주고 고지를 점령하라는 격은 아닌지. 선진국 바이오텍의 10분의 1도 안되는 투자로 레이저티닙과 ADEL-Y01이라는 성과를 만들었으면 이제 기관총 정도는 손에 들고 다음 고지를 향해 전진해도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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