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② GPU 성능 높여도 데이터가 막히면 무용지물…유리기판이 주목받는 이유

- GPU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받지 못하면 AI 서버의 성능은 제한된다. 이를 해결할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유리기판이 주목받고 있다.
- 데이터 병목 문제: GPU와 HBM 사이 데이터 전송 효율이 AI 반도체의 실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 유리기판의 장점: 높은 평탄도와 치수 안정성을 바탕으로 미세 배선과 고집적·대면적 패키징 구현에 유리하다.
- AI 서버 성능 개선 기대: 데이터 전송 병목이 완화되면 동일한 GPU로 더 많은 AI 작업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 상용화 과제: 유리 소재의 균열, 생산 수율, 제조원가, 고객사 인증 등이 해결돼야 한다.
GPU·HBM 사이 데이터 전송 효율이 AI 서버 성능 좌우
미세 배선·고집적 패키징 구현에 유리…차세대 AI 가속기 기술로 부상
서버당 처리량 개선 기대…실제 성능 향상은 검증 필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성능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연산 능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급증하는 AI 데이터 처리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반도체 간 데이터 이동 속도와 연결 구조가 중요한 기술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성능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의 패키지에 집적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리기판(Glass Substrate)은 기존 유기물 기반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한계를 보완할 차세대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유리기판은 높은 평탄도와 치수 안정성을 바탕으로 미세 배선과 대면적 패키지 구현에 유리한 특성을 갖는다. 유리기판을 통해 반도체 간 연결 구조를 개선하고 고성능·고집적 패키지 구현을 뒷받침할 수 있어 차세대 AI 가속기 시장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GPU가 빨라도 데이터 공급이 늦으면 성능 제한 = AI 반도체의 연산 성능은 GPU 자체의 처리 능력뿐 아니라 메모리와의 데이터 전송 효율에 영향을 받는다. 대규모 AI 모델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읽고 처리한다. GPU의 연산 능력이 높아지더라도 필요한 데이터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일부 연산 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은 HBM의 대역폭을 확대하는 동시에 GPU와 메모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패키지가 복잡해질수록 배선 밀도와 신호 전달 특성, 발열 관리의 중요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기존 유기물 기반 패키지 기판은 열에 따른 변형과 미세 배선 구현 등에 일정한 제약이 있다. 유리기판은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다.
◇ 유리기판, 고밀도 배선과 대면적 패키징에 강점 = 유리기판의 주요 장점은 높은 평탄도와 우수한 치수 안정성이다. 이 같은 특성은 반도체 패키지의 미세 배선과 대면적 설계를 구현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유리 관통전극(TGV) 기술을 활용하면 기판의 상하부를 연결하는 전기적 경로를 구현할 수 있다. 반도체 설계와 공정 기술이 적절하게 결합될 경우 고밀도 연결 구조를 확보하고 신호 손실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차세대 AI 가속기가 더 많은 반도체와 메모리를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유리기판이 기존 패키징 기술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유리 소재의 취성과 가공 난도, 생산 수율, 제조원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 AI 데이터센터는 서버당 처리량 개선에 관심 = 유리기판 기술이 AI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에 중요한 이유는 서버당 유효 연산 처리량을 높일 가능성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는 GPU와 서버를 도입한 뒤 AI 학습 및 추론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한다. 동일한 GPU 수량으로 더 많은 AI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면 기존 설비의 활용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메모리 대역폭에 민감한 AI 작업에서 데이터 공급 병목이 완화되면 서버의 유효 처리량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연산 능력이나 네트워크 성능이 주요 병목으로 작용하는 작업에서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유리기판의 가치는 실제 AI 서비스 환경에서 어느 정도의 성능 개선을 구현하는지에 따라 평가될 전망이다.
◇ 기술적 가능성과 실제 상용화는 별개 = 유리기판은 차세대 AI 반도체 패키징의 중요한 기술 후보로 평가되지만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대면적 유리 소재의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결함을 줄이고 안정적인 생산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사 인증과 장기간 신뢰성 검증 역시 필수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는 대규모 서버를 도입하기 전에 성능과 가격, 전력 소비, 운영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사가 유리기판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데이터센터의 실제 설비 투자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유리기판의 경쟁력은 기술적 우수성을 넘어 실제 AI 서버에서 성능과 전력 효율 개선 효과를 입증하고, 경제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품질을 충족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양산 수율과 생산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기술 개발 성과가 실제 공급과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유리기판 상용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희철·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발간한 '유리기판: 변화의 시작' 보고서에서 “유리기판은 주요 고객사의 시제품 평가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적인 수요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유기기판 대비 2~5배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격과 양산 수율 확보 여부가 상용화 및 사업성의 주요 변수”라고 분석했다.